발더스 게이트 3 (Baldur's Gate 3, 2023)

개발, 유통 : 라리안 스튜디오

장르 : CRPG

출시일 : 2023년 8월 3일

'인생 최초의 CRPG이자 최고일 것 같은 게임'

2023년 출시되자마자 평단과 유저의 찬사를 동시에 얻은 '발더스 게이트 3'는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 왕국의 눈물'을 제치고 2023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이 게임은 인생 최초의 CRPG이자 지금까지 내가 해 본 게임들 중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을 정도로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엔딩까지 한 순간도 지루함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글화가 되지 않아 플레이 할 마음 자체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한글화가 진행되어 플레이 하려다가도 CRPG라는 장르 특성 상 생소하기도 했고 복잡해 보이는 D&D 룰 때문에 플레이가 망설여졌다. 출시된 지 오래 된 게임이면 할인을 노리고 구입했겠지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풀 프라이스를 지불하고 플레이해야 하는 점 또한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엔딩을 보고 나서 지금 플레이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안도감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플레이 했다.

물론 40대를 바라보는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유저는 대부분 일본식 RPG나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라 CRPG라는 장르는 생소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오래 전에 나온 전작 발더스 게이트 1편, 2편을 재미있게 즐긴 CRPG 매니아 유저들은 익숙해지면 이것 만큼 재미있는 장르의 게임은 없다고들 한다. 물론 발더스 게이트 3도 그러한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전작들보다는 게임에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과 들이는 노력이 훨씬 줄어든다. 즉,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직관적인 부분이 많다. 익숙해지면 재미있는 CRPG 게임인데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빼면 재미만 남게 되지 않을까.

특징 1 : 직관적이고 쉬운 게임 시스템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발더스 게이트 3의 시스템은 D&D 룰에 기반하고 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D&D 룰에 입각한 게임은 모든 변수가 주사위 굴림값으로 결정이 된다. 이동 및 전투, 대화에 따른 선택 등 거의 모든 요소가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이 일정 값 이상일때만 성공으로 간주되어 진행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주사위를 굴리게 된다

발더스 게이트 3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1회차에 대부분 이벤트와 퀘스트를 대부분 행한다는 가정 하에 플레이시간이 150시간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게임에서 모든 요소에 대해 주사위를 굴리고 있으면 대체 어느시간에 엔딩을 본단 말인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매번 주사위를 굴린다면 게임에 몰입을 할 수 있는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모든 요소에 주사위를 굴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이동 시 함정에 걸리는 경우, 혹은 숨겨진 보물상자나 구덩이, 통로를 찾는 경우 같이 이동하다가 변수를 만나는 경우에는 해당 캐릭터에 주어진 능력 보정에 따라 자동으로 성공 혹은 실패 값이 나온다. 대부분 4명의 파티를 이루어 다니므로, 한 명만 해당 변수에 따른 주사위 굴림값에 성공 판정을 받아도 행동이 가능하므로 생각보다 번거로운 부분이 거의 없다. 직접 주사위를 굴리는 경우는 대화 시 선택에 따른 상대방의 행동 양식이 달라지는 경우나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우, 중요한 단서를 찾을 때 등 중요한 부분이나 선택에 따라 진행 방식이 달라지는 경우인데, 해당 부분은 게임 진행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므로 긴장감을 주는 부분에서 오히려 주사위를 굴리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더 극적인 효과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즉, 번거롭거나 귀찮은 부분이라기 보다 오히려 게임에 쉽게 몰입하게 해주는 것 같다.

특징 2 : 어떤 선택을 하든 게임은 진행된다

발더스 게이트 3를 진행하며 게임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어떤 선택을 하든 대부분의 게임은 해당 선택대로 진행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전투 시 모두 사망하거나, 대화 선택을 잘못 했을때 게임 오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떤 선택을 하든 엔딩을 향해 게임은 진행되게 된다. 진행 시 어떤 퀘스트를 보느냐, 어떤 동료를 어떤 식으로 선택하느냐 혹은 배신하느냐 등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어떻게든 게임은 진행되는 것이 놀라운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부분을 자유도가 높다고 표현하려고 했으나 자유도가 높다는 부분보다는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아이템에 주어진 능력을 활용하여 수많은 행동을 할 수 있고, 마법을 쓸 수 있고,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내가 체력이 높은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하여 다른 마법이나 기술 없이 근접전을 통해 적을 제압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렇게 진행할 수 있고, 원거리에서 마법을 통해 제압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폭탄으로만 적을 제압하고 싶으면 전투 전 폭탄을 미리 설치하고 전투 시작하자 마자 폭탄을 터뜨려 초토화 시킬수도 있고, 심지어 힘 많이 안쓰고 전부 절벽으로 떨어뜨려 죽이고 싶다면 그 또한 그렇게 해도 된다. 행동 양식이 정해져 단조로울 수 있는 턴 방식의 전투이지만 내 턴에서는 수많은 방식의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전투를 이끌어 가는 면이 너무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 공부가 필요 없는 게임

발더스 게이트 3를 플레이하며 게임을 구성하는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를 설명했다. 사실 장점을 나열하자면 엄청나게 많고, 단점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 게임이지만 나처럼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기본적으로 정보가 부족해서 잘 할수 있을까, 풀 프라이스를 지불하고 즐길만한 게임일까 걱정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두 가지의 강력한 장점이 있으니 걱정 말고 우선 플레이 해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에 리뷰를 작성해 보았다. 심지어 사전에 정보를 습득하거나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무지성으로 결제를 하고 시작한 게임이었지만, 한번도 게임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을 하면서 놓친 퀘스트가 없나 확인하며 꼼꼼히 진행하느라 게임 시간이 늘어날 정도로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게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