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무언극 /김세영

그림자 무언극

김세영

붉은 모래바다 위를

대나무 마디 무늬의 검은 뱀이

나선의 곡선으로 유성처럼 건너간다

그림자놀이를 하는

뱀의 그림자 옆구리에 붙어서

등짐 진 낙타대상이 따라간다

해독할 수 없는 발굽의 행렬 대신

캐터필러 문양의 그림자가 사막의 영토에서는

바람에 지워지지 않는 소통의 주역이 된다

건기에 자주 굳어버리는 혀의 활판 대신에

그림자 토막들의 행렬 영상이

그림자 무언극의 상형문자 자막을 보여준다

한 번도 악기 소리에 담아보지 않은 음률들이

사구 골짜기에 가득 고인 그림자 호수에서

선사先史의 흑백 정경 신기루를 바라보며

원시의 알몸으로 유영해 본다

베두인 유목인들이 장거리 사막행단 여행에서

그림자 오어시스에서 위락의 안식을 구하듯이,

영성 기파와의 주파수 공명을 위해

별자리 무대 위의 그림자놀이로

유체이탈의 예행연습을 한다.